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코트 위, 세 남자가 저마다의 이름으로 빛나고 있다. 허훈, 김선형, 그리고 안영준. 이들은 단순히 농구 선수를 넘어, KBL이라는 거대한 드라마를 써 내려가는 주역들이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들을 한데 모아 비교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농구가 선사하는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코트 위의 마에스트로, 허훈 (수원KT 소닉붐, 포인트 가드)
KT 소닉붐의 심장, 허훈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패스는 동료들의 움직임에 생명을 불어넣고, 과감한 돌파는 상대 수비를 허물어뜨린다. 180cm라는 농구 선수로서는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그는 누구보다 거대한 존재감을 뽐낸다. 득점과 어시스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KBL 최초의 '20득점-20어시스트'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은 그의 다재다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허훈의 플레이는 예측 불가능하다. 빠른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후 이어지는 스톱 슛, 또는 림을 향해 과감히 뛰어들어가는 돌파, 그리고 지체 없이 던지는 3점 슛까지. 그의 공격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단순히 슛을 잘 넣는 선수가 아니다. 코트 위 모든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상대의 약점을 꿰뚫어 보는 농구 센스는 그를 진정한 포인트 가드로 만든다. 때로는 과감하고, 때로는 섬세하게 경기를 조립하는 그의 능력은 팀의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빛이 강렬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허훈의 작은 신장은 수비에서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2대2 수비 상황에서 상대 가드를 막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약점을 뛰어난 공격력과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로 상쇄하며, 오히려 팀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농구는 단순히 신체 능력의 싸움이 아니라, 영리함과 투지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번개처럼 빠른, 김선형 (서울SK 나이츠, 가드)
SK 나이츠의 에너자이저, 김선형을 보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
플래시 썬'이라는 별명처럼 번개같이 빠른 스피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상대 수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코트를 가로지르며 림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그의 드리블은 단순히 공을 운반하는 기술이 아니라, 마치 공이 그의 몸의 일부인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
김선형의 플레이는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엄청난 스피드 속에서도 정확하게 림을 마무리하는 더블 클러치는 그의 시그니처 무브다.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고, 허를 찌르는 그의 공격은 언제나 위협적이다. 데뷔 초에는 다소 투박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노련함과 효율성을 더했다. 이제 그는 단순히 돌파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동료들을 살려주는 패스와 정확한 판단으로 팀 공격을 이끄는 진정한 콤보 가드로 성장했다.
그는 단순히 득점만 하는 선수가 아니다. 리딩 능력 또한 뛰어나 KBL 어시스트 순위에서도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 그는 코트 위에서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승부처에서 터지는 그의 과감한 플레이는 SK 나이츠가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묵묵히 팀을 지탱하는, 안영준 (서울SK 나이츠, 슈팅 가드)
SK 나이츠의 든든한 기둥, 안영준은 화려함보다는 묵묵함으로 빛나는 선수다. 196cm의 큰 키와 긴 윙스팬을 활용한 그의 수비는 가히 압도적이다. 상대 팀의 에이스를 꽁꽁 묶어내는 그의 수비력은 SK 나이츠의 강력한 수비 조직력의 핵심이다. 그는 공격적인 득점원이라기보다는 팀의 균형을 잡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에 가깝다.
안영준의 진가는 공수 겸장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난다. 상대 에이스를 막아내면서도, 공격에서는 안정적인 득점을 올려주는 슈터 역할까지 소화한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그의 3점 슛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그는 팀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존재다. 리바운드 가담 능력 또한 뛰어나 세컨드 찬스를 만들어내거나 상대의 공격권을 끊어내는 데 기여한다.
연세대학교 시절, 허훈과 함께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프로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며 리그 정상급 스윙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단순히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팀 플레이어다. 안영준의 존재는 SK 나이츠가 리그 상위권에서 경쟁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며, 그의 묵묵한 활약은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다른 선수들도 많지만 이번 FA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듯 같은 길, 한국 농구의 미래
허훈, 김선형, 안영준. 이 세 명의 선수는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한국 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라는 점이다. 허훈의 창의적인 공격, 김선형의 폭발적인 스피드, 그리고 안영준의 헌신적인 공수 밸런스는 한국 농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팬들에게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드라마는 농구가 왜 스포츠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앞으로 이들이 써 내려갈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과연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어떤 감동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낼까? 그들의 농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우리는 그들의 빛나는 발자취를 따라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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