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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함이 부른 참사: 광주FC 사태, 한국 축구의 뼈아픈 교훈

by junsuk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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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벼랑 끝에서 배우다: 광주FC 사태가 던지는 뼈아픈 교훈


고요할 것만 같았던 K리그 겨울 이적시장이 때아닌 '폭풍'에 휩싸였다. 그 중심에는 광주FC가 있었고, 파문은 순식간에 K리그 전체를 넘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선수들을 등록, 출전시킨 '부정 선수 등록' 논란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선 한국 축구 행정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 사태는 '최악의 경우 월드컵 출전권 박탈 가능성'이라는 FIFA의 섬뜩한 경고문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한국 축구 전체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광주FC는 2023년 아사니 선수 영입 과정에서 발생한 약 3천 달러의 연대기여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아 2024년 12월 17일 FIFA로부터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구단은 이 징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휴직 중인 직원의 이메일로 징계 공문이 전달되었고, 내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징계 기간 중임에도 광주FC는 14명에 달하는 신규 선수를 영입하고 이들을 K리그 경기에 버젓이 출전시켰다. 규정을 어긴 명백한 '부정 선수 등록'이다.

FIFA는 징계 결정문에 더욱 무시무시한 경고를 덧붙였다. "징계를 이행하지 않으면 잠재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한국 축구 전체의 FIFA 주관 대회(월드컵 포함) 출전권 박탈 가능성"이라는 문구는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이는 FIFA가 징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구단을 넘어,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해당 국가의 축구협회(대한축구협회)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경고였다. 만약 대한축구협회가 구단의 징계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거나, FIFA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스위스 FC 시옹의 사례처럼, 구단의 무책임한 행위가 국가 축구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례도 존재한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광주FC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미납된 연대기여금을 서둘러 납부하며 징계 자체는 해제시켰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즉 부정 선수 등록으로 치러진 경기들의 유효성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고의성이 없는 행정 착오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몰랐다'는 변명은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3천 달러, 한화로 약 400만원 남짓한 돈 때문에 한국 축구의 월드컵 출전권이 거론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사태는 비단 광주FC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축구 전체의 낙후된 행정 시스템, 안일한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기본적인 규정 준수 의식 부재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FIFA의 공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수천만 원이 아닌 수백만 원 때문에 리그와 국가대표팀의 운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부끄러운 현실이다.

게다가 광주FC는 이번 사태 외에도 재정 건전화 제도 위반, 과거 조직 개편 논란, 홈구장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재정 건전화 제도 위반 논란은 구단의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다행히 현재로서는 한국 축구 전체의 월드컵 출전권이 당장 박탈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광주FC가 미납금을 해결했고, 대한축구협회도 사태 해결을 위해 FIFA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한국 축구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태도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본적인 규정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했다.

K리그는 아시아 최고 리그 중 하나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행정 시스템과 안이한 의식이 남아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이제는 단순히 K리그 몇몇 구단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축구 전체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할 때다. FIFA의 경고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강력한 경종이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되어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금 '월드컵 출전권 박탈'이라는 섬뜩한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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